Humphry Slocombe

스푼이 두개라고 해서 꼭 둘이 같이 먹었다는 법은 없다. 


그렇다고 혼자 먹었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아이스크림을 앞에 두고 무거운 대화를 나누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의 맛을 즐기지 않았다는 말은 더더더욱 아니다.


4.27.17

기억의 총합으로 인생을 정의 내릴 수 없다


기억의 총합으로 인생을 정의 내릴 수 없다

나의 일부를 잊어도 너는 나의 전부일 터

불연속한 찰나의 교집합이 축적 된 후에야

나의 전부는 너의 일부가 된다

1.2.2017

그렇게 해서는 도무지 고요한 밤을 외울 수 없었다

눈을 떴다
빛이 사라졌다
너의 감은 눈
따뜻 할 왼손
닿지 않아 포기하고 만다

보이는 건 너 하나 뿐인데
숨소리가 셋이다
눈을 감는다
사라진 빛 보다 어둡다

입을 연다
있는 힘껏 어둠을 들이킨다
문득 느껴지는 허기
말이라고 생각되는 소리를 내어본다
어둠을 찢어 너를 부른다
들렸을까

남은 온기가 감은 눈을 통해 사라져 갈 즈음
어둠이 깨진다
겨드랑이 사이로 미끄러이 파고드는 건
너의 왼손임이 분명하다
그보다 따뜻한 건 노래라고 생각되는 너의 목소리
매번 틀리지만 따뜻한 건 어김없다

코를 찌르는 단 맛
온기는 어느새 나를 정복하고 말았다
세상은 어느새 어둠을 향하고 있었다
나일지 모르는 숨소리와
여전히 알 수 없는 세번째 숨소리도
너의 왼손과 함께
빛을 등지고 어둠을 꿰매어 간다

10.24.2016


.....그리고 노래 연습은 계속 된다...

꿈누림 2


꿈, 단지 이 순간 누리지 못하는 것의 다른 이름.
땅, 꿈의 다른 이름.
이름, 땅이가 가질 둘 중 하나.
상은, 땅이 엄마.
6/17, 꿈누림


5.11.2016

꿈누림


23줄 암호보다 작은 성간물질
병아리 날개보다 연약한 신호
평형을 이룬 한 날
잊은 좌표를 발판삼아 도약

꿈은 지금 누리지 못한 것의 다른 이름
단지 온도의 차이
어미의 가죽을 사이에 두고 문득 첫 랑데부

선과 선이 만나는 곳에 선이 그려진다
지평선 넘어 특이점에서 꿈을 누린다
5.12.16

낭만경


하늘을 수놓은 가로등
점점 따라 발걸음 종알거리다

노을 몰래 어두워진 공기
바람 타고 숨바꼭질을

닿지도 않는 나뭇가지 부딪힐라
고개는 꾸벅 꾸벅 

하루 내 걸친 선글라스를 벗고
낭만이라는 안경을 썼나

한 소리로 걷는 걸음 둘
그 자체로 낭만이다
5.11.2016

태양




















누구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태양이 흘린 구름 부스러기는
그렇게 여럿의 렌즈를 훔쳤다

순간을 공유하니 
대화가 시작되고
이야기를 창조한다

지는 태양은 
뜨는 태양이고
오늘 석양은 
내일 일출이라며
1/15/2015